해나오해나
<스며드는>, <외출> 시리즈, <The Faraway Nearby> 시리즈, <돌과 약>
해나오해나
<스며드는>, <외출> 시리즈, <The Faraway Nearby> 시리즈, <돌과 약>
해나오해나는 ‘부재하는 타자’와 남은 자 사이의 관계가 시간이 흐르며 어떻게 재맥락화되는지를 탐구한다. 더 이상 곁에 머물지 않는 이의 시간은 정지해 있지만, 남은 자의 시간은 계속 흐르며 그와의 관계를 다른 시야에서 재구성한다. 작가는 “생명이 없는 것은 죽지도 않는다”는 레베카 솔닛의 말처럼, 돌멩이나 금속과 달리, 살아 있던 존재가 시간이 지나면 필연적으로 희미해짐을 체감한다. 부재하는 타자가 한때 살아낸 시간들 역시, 남은 자의 기억과 함께 점차 흐려지고 지워져 간다.
그러나 형성된 관계는 소멸하지 않는다. 그 관계는 한때 고인에게 속했던 죽지 않는 사물들을 매개로 반복적으로 환기된다. 이 사물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다른 층위에서 재해석되며, 어떤 것은 축소되기도, 혹은 예기치 않은 크기로 부각되기도 한다. 작가는 이러한 시각적 변위를 격자구조의 스케일 변화를 통해 가시화한다. 촘촘한 격자와 느슨한 격자 사이를 오가는 격자구조는 시간 경과에 따른 관계의 변화를 가늠하는 척도로 작동하며,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에서 사물로 환기된 죽은 자와의 관계가 어떻게 변주되는지를 드러낸다.
부재하는 타자를 하나의 이미지로 고정할 수 없듯, 그를 떠올리게 하는 사물들 또한 완전한 형상으로 재현되지 않는다. 작가는 이 불완전한 감각—흐릿한 시각의 파편—을 다른 밀도와 스케일로 재구성하며, 시간이 관계를 어떻게 재구성하는지를 통해 나이듦의 시간성을 드러낸다.
-전시 서문 발췌
<스며드는 Permeating>, 2025, 우드판넬에 혼합재료, 91 × 91cm
<외출 Going Out> 연작, 2025, 우드판넬에 아크릴과슈, 60.6 × 60.6cm (좌, 우)
<The Faraway Nearby> 연작, 2025, 우드판넬에 혼합재료, 53 × 33.4cm (9점)
<돌과 약 Stones and Medicine>, 2025, 우드판넬에 아크릴과슈, 130.3 × 97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