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이미지와 함께 수록된 글은 작가와의 인터뷰 및 작가노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이하 이미지와 함께 수록된 글은 작가와의 인터뷰 및 작가노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신하정 <흰 episode 1>
신하정은 공간과 시간성에서, 익숙함과 낯섦 속에서 상이하게 느낀 감정과 시선들, 풍경들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하는 회화 작가로, 추상적 감정과 이미지가 구체화되어 해석되는 지점을 탐구합니다.
“여기서 ‘흰’이란
하얗다는 것이 아닌 희다는 의미인데 죽음에 대한 이미지와 감정들을 내 안에서 끌어내다가 재가 아닌 하얗게 혹은 페이드아웃 혹은 연기 혹은 수증기라고도 생각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물방울과 공기와 바람의 움직임을 보게 된 밤의
어느 날 가습기의 흰 연기를 한참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강 작가의 소설 ‘흰’을 알게 되었고,
어쩌면 나의 안에서 나온 여러 갈래의 감각의 결들이 텅빈blank, 검음black,
흰빛blanc과 맞닿아 있다. 한강의 책 ‘흰’에서 내가 생각한 삶과 죽음의 단상의
퍼즐이 맞춰지는 듯했다.”
“어두운 공간의 가습기 물방울이 하얗게 번지듯 그것은 공기의 입자가 있음을 증명하는 것과 동시에 공기중에 사라지는 연기와도 같아 보였다. 그래서 흰색 톤이 주
색감이 되었고 아이의 숨소리가 텅 빈 나의 관에 잠시나마 나와 함께 있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스피커를 넣었다. 그 소리와 냄새가 나를 평온하게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살면서 나는 무엇이 제일 나 다웠을까,
그리고 나를 있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러다가 일기를 꺼내 들었고 목소리 녹음파일도 다시 듣게 되었다.
나의 관에서, 나홀로 남겨진 그 사각형의 공간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그리고 어떤 냄새를 듣고, 어떤 소리를 듣고, 어떤 생각을 하며 그 공간의 산소가 사라질 때까지
혹은 나의 영혼이 머무는 동안 무엇과 함께 하고 싶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숨이었고 삶이었고
그리고 하얗게 씌여 졌다가 하얗게 사라지는
흰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탄생과 같이 환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연스러운 것이고 또 수고했다고
나를(떠나는 사람) 기억하고 박수를 쳐줬으면 한다.
슬프지만 수고했다고. 코코 애니메이션처럼 끈끈한 가족과 연이라는 관점이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죽음과 인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