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이미지와 함께 수록된 글은 작가와의 인터뷰 및 작가노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이하 이미지와 함께 수록된 글은 작가와의 인터뷰 및 작가노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해나오해나 <당신의 말>
해나오해나는 일상 뒤에 숨은 생각의 풍경을 포착하여 회화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하며, 페인팅과 프린팅, 공예적 요소를 결합한 섬세한 표현을 특징으로 하는 회화 작가입니다.
““내 관에 넣어”달라는 부탁은 그 부탁을 들어줄 누군가를 상정한다.
죽음이 닥쳐오기 전에 그 부탁을 누구에게 어떻게 해 둘 것인가.
그런 의미에서 작업의 중심에 ‘관계’가 있었고,
소중한 이들에게 ‘영원히 떠나는 나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묻는 것으로 작업이 시작되었다.
내가 가져갈 것은 ‘당신이 내게 준 것’, ‘내게 할 말’.
작은 상자 속의 귀는 이별의 순간 당신의 말을 담기 위한 것,
상자는 그 협업의 증거이다.”
“‘죽음’과 ‘관’ - 무엇과 함께 썩어갈 것인가,
혹은 무엇과 함께 재가 될 것인가. 남는 것은 없다. 어차피 모든 것이 사라진다면
애초에 아무런 형태가 없는 것이면 어떠랴, 생각했다 - 마치 ‘소리’와 ‘향기’처럼.
소중한 사람이 세상을 달리했을 때 많은 이들이 미처 하지 못한 말을 떠올리며
아쉬워한다.”
“상자의 재료는 함께 썩어가고 재가되는 데 무리 없기를,
부탁을 들어주는 이들에게 번거로움이 추가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무, 종이, 석고를 사용했다.
장례에서 소중한 이는 작은 상자 속의 귀에 대고 이야기한 후
상자를 봉인하여 넣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죽음을 혼자 겪을 것이고,
누구도 다시 돌아와 자신의 겪은 것에 대해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결코 공유될 수 없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를
Irvin Yalom의 책이 설명해 주는 기분이다.
죽음을 ‘말’하는 순간 그 말은 타인을 향한다. 작업을 통해 ‘관계를 생각한다.
죽음 이후를 말한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인 행위이지 않을까.
타인을 상정하지 않고 ‘기억’과 ‘유산’은 성립하지 않는다.
‘죽음’을 테이블 한 가운데 두고,
‘죽음’ 정도의 거대한 주제가 아니고는 결코 하지 못할 이야기를
살아있는 지금 해보면 어떨지 청해 본다.
귀를 쫑긋 들이대고.
-작가노트
*Irvin Yalom, 1989, “Do Not Go Gentle” in Love’s Executio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