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이미지와 함께 수록된 글은 작가와의 인터뷰 및 작가노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이하 이미지와 함께 수록된 글은 작가와의 인터뷰 및 작가노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신누리 <R.I.P: Remain in Platform>
신누리는 전통 도자 기법에 3D 프린팅 기술을 결합한 설치 작업으로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감각과 정서,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가는 시각예술가입니다.
"R.I.P.는 'Rest in Peace’의 약자로 죽은 자의 안식을 기원하는 표현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Remain in Platform’으로 ‘플랫폼 안에 남 겨진 존재’ 라는 새로운 문맥으로 변주했다. 인간의 생은 끝났지만 디지털 흔적은 플랫폼 안에 계속 살아 남는다는 아이러니를 담은 제목이다. 죽음을 기리는 듯하면서도 실제로는 영원히 휘발되지 않는 계정과 데이터의 지속성을 꼬집고 있다.”
“오늘날 디지털 시대에
‘나’라는 존재는 어디까지를 의미하는가?
죽음 이후의 나는 잊혀지지 않고 디지털 세계에 영원히 남고 타자에 의해 재생산 되는 것을 원하는가?
작업을 준비하는 동안 실제로 내 계정이 어떻게 남을지 상상해보고 유명인들의 디지털 흔적들을 살펴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죽음조차 기술적으로 지워지지 않는 것이 되어버린 현실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풀어내고 싶었다.”
“전통적으로 도자기는 기억과 기념, 의례적 의미를 담는 매체이기도 하다. 도자기 묘비는 질감적으로 실제 돌 비석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표면은 백색으로 내부는 비어 있고 미세한 광을 띠며, 오히려 창백한 디지털 기기의 외피처럼 보이기도 하여 가장 적합한 재료라 생각했다.”
<R.I.P: Remain in Platform>은 플랫폼 속에 남겨진 데이터가 과연 누구를 위한 기억이며 어떤 감정과 책임이 유예된 채 머물고 있는지를 질문한다. 이는 단순히 기술 비판이나 감정적 정서를 재현하는 작업이 아니다. 인간의 죽음 이후에 남겨진 디지털 흔적을 상상하며 관람자에게 망각과 기억, 소멸과 지속 사이의 감정적 간극을 마주하는 감각적 장치로 기능하기를 바란다.
-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