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흙 사이 흙>
김지현 <흙 사이 흙>
*이하 이미지와 함께 수록된 글은 작가와의 인터뷰 및 작가노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김지현은 단조롭지만 에너지로 가득한 일상의 풍경을 발견하고, 심리적 해석을 통과한 흔적을 그림으로 남기는 작업 하는 회화 작가입니다.
“흙으로 판을 만들어 드로잉을 했다.
이 작업은 나의 죽음 이후 관에 넣어질 이 상자가 내 시신과 함께
1000도의 불에 타는 화장의 과정에서 출발했다.
전시의 취지를 처음에 죽음으로 생각했다가
상자를 직접 받아 만들어 보니
이것은 어떤 관념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종이 상자에 담길 흙, 도자판은 1250도에서 한번 구워졌고,
나의 시신과 다시 불 속으로 들어간다.
뼈와 함께 남을 이 흙판은 분골의 과정을 거쳐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나는 죽음을 막막하거나 두려운 상태로 여기지는 않는다.
나는 다시 우주의 원소로 환원될 것이고 물질의 가능성으로 되돌아간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저 죽음은 살다가 한번은 거쳐가야 할 하나의 나의 모습(형태)이지 않을까하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것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스스로 준비하고 맞이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되었다.
“어떤 장례가 좋을지, 나아가 안 하는 것도 방법일 거 같다는 생각도 해봤다.
그러나 아무리 당부한다 한들 내 죽음 이후 그 어떤 소용이 있을까. 다만 삶의 전환점이 담백한 마무리이자 어떤 가능성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주 재료는 조형토와 백자토로 만든 도자판이다. 거기에 구우면 사라질 그림들을 그린 드로잉이 주요 작업이다. 그림은 마지막 입고 가는 옷과 같아서 그냥 잠시 머물렀던 것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