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세
<공항풍경>, <태양을 꿈꾸는>, <가라앉으며 떠오르는>, <눈꽃>
임진세
<공항풍경>, <태양을 꿈꾸는>, <가라앉으며 떠오르는>, <눈꽃>
임진세의 사유는 ‘더위를 피해 공항에 가는 노인’이라는 사회적 장면에서 시작한다. 공항은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전이적(liminal) 공간으로, 오래 머물기 어려운 경계 지대다. 통념상 노년의 일상과는 멀어 보이는 이 공간에서 작가는 노인들이 왜 그곳에 도착했는지보다, 그곳에서 어떤 방식으로 시간과 관계를 맺는지에 주목한다.
작가는 주변의 이동하는 빠른 움직임을 지워내고, 익명성 속에 묻힌 노인들의 미세한 동작과 자세를 관찰하고 시각화한다. 벤치에 앉아 신문을 읽거나 몸을 길게 눕혀 자신만의 자리를 점유하는 그들의 모습은, 스쳐 지나가는 과도적 공간에서도 스스로 시간을 재편하는 능동적 주체로 드러난다. 겉으로는 정적으로 보이지만, 그 내부에서는 기억과 사유가 역동적으로 흐르는 또 다른 시간성이 작동하고 있음을 작가는 포착한다.
전작에서 눈 속에서 시들어 가는 꽃의 생동과 쇠락을 탐구했던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 출발과 도착이 교차하는 공항으로 그 관심을 확장한다. 생의 후반에 이 공간을 찾는 노인들의 모습은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를 은유하는 듯하지만, 작가의 시선은 죽음에 머물지 않는다. 그들이 벤치를 하나의 작은 세계처럼 점유하는 순간, 공항은 이동의 관문이 아니라 노년의 시간을 스스로 형성하는 개인적 공간으로 변모한다. 작가는 나이듦이란 전이적이고 불안정한 공간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묵묵히 이어가는 또 다른 시간의 지속임을 보여준다.
-전시 서문 발췌
<태양을 꿈꾸는 Dreaming of the Sun>, 2025, 캔버스에 유화, 80 × 130cm
<공항풍경 Airport Scene>, 2025, 캔버스에 유화, 80 × 100cm
<눈꽃 Snow Flower>, 2023, 캔버스에 유화, 50 × 65cm
<가라앉으며 떠오르는 Sinking and Rising>, 2025, 캔버스에 유화, 130 × 97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