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이미지와 함께 수록된 글은 작가와의 인터뷰 및 작가노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이하 이미지와 함께 수록된 글은 작가와의 인터뷰 및 작가노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홍정선 <불가능한 작별>
홍정선은 ‘전통의 현대적 해석’, ‘경계를 넘나드는 유동적 정체성’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이를 전통 바느질 기법으로 표현한 작업들을 선보입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나는 12·3 계엄의 밤을 통과하면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직선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모든 시간은 지금 여기에서 만나고,
모든 존재는 죽음을 넘어 연결된다는 것을 체감했다.
즉 죽음은 종결이 아닌 변형의 시작이었다.
그렇다면 작별은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아니, 불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미지의 수신인에게 나의 꼭두를 보낸다.”
“그들이 절망의 순간에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그들보다 먼저 이 길을 걸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
광장에서 느꼈던 연대의 온기, 함께 외쳤던 구호의 울림,
절망을 이겨낸 구체적인 순간들을.
이런 것들이 내가 미지의 너에게 전하고 싶은 흔적들이다.”
“꼭두 상자 안에는 한강 작가의 책 『작별하지 않는다』를
넣을 것이다. 책의 겉표지를 한지로 감싼다.
이는 작가의 다짐 위에 나의 다짐을 한 겹 포갠 것이다.
또한 그것은 역사가 오래된 한지처럼 나의 마음이
일시적 감정이 아니라 지속될 의지임을 말한다.
한지로 표지를 감싸고 나니,
세로로 길게 남겨진 직사각형의 제목 자리가
마치 나의 묘비명 같았다.”
“제목의 끝 글자 ‘다’로부터 나선형의 바느질이 시작된다.
바느질은 끝나지 않고 진행 중인 상태로 멈춰 있다. 이는 제목의 종결어미인 '-는다'가 품고 있는 시간성과 일치한다. 영원히 작별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붉은 실은 끝없이 순환하면서 나아간다.”
Re_born
바닥에 납작하게 누워있는 꼭두에게
바니타스의 해골이 속삭인다
“시간은 무상하다”
“모든 것은 사라진다”
꼭두는 대답 대신
모서리를 하나씩 접어 올리며 조심스레 고개를 든다
마치 그 허무의 속삭임에서 깨어나려는 자의 모습처럼
모서리는 차례로 일어서고
꼭두는 접기를 거듭하며 벽을 세운다
비로소 안과 밖이 생긴다
마지막 모서리가 제자리를 찾는 순간
꼭두는 마침내 완전히 일어선다
아무것도 담을 수 없었던 몸이
무언가를 품고 지킬 수 있는 몸으로
다시 태어난다
해골은 더 이상 속삭이지 않는다
꼭두가 일어선 자리에서는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 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