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이미지와 함께 수록된 글은 작가와의 인터뷰 및 작가노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이하 이미지와 함께 수록된 글은 작가와의 인터뷰 및 작가노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문지정 <남김없이 다시 돌아간 자리>
스테인드글라스 작가 문지정은 유리를 매개로 물성에 관한 탐구와 실험적 작업을 이어오며, 일상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감각을 경험하게 하는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유리 작업을 하다가 죽은 나를 잠깐이나마 기억할 수 있는 매체로 유리를 선택하였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분해되어 다른 에너지의 형태로 다시 돌아가기를 원한다.
현생의 죽음을 통해 남김없이 사라져 어떠한 에너지의 형태로 다시 돌아갈지 모르는 희망찬 죽음이기를 기대한다.”
“지금 어떻게 살 것인가?
나를 살리는 것들은 무엇인가? 생명을 가진 여린 것들에 더 초점을 맞추며 작업을 하고 있다. 가느다란 삶의 끈을 놓치지 않고자 작업의 방향도 생명이 있는 것들에 관심이 가고 그 맥락에서 표현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오늘 만난 우리와 오늘 만날 우리를 기억하는 시간이 소중하다. 현재를 살아가는 오늘을 기억하고 싶다.”
내가 사용한 유리가루는 그냥 유리의 가루인가?
어떤 질료가 형성된 과정 속에서도 무한한 에너지가 존재한다.
유기물이 무기물이 되고 또 무기물이 유기물이 되는
자리 이동을 상상해 본다.
익숙하다고 생각한 유리를 낯설게 바라보게 될 때
오늘을 살며 유리를 빻고, 쌓고,
녹이고 또 붙이는 등 무엇을 짓고 있는 한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한편 멈춰 생각해 보면 빛나는 것은 또 알 수 없는
다차원으로 확장된 세계가 있음을
암시하는 지도일지도 모르겠다.
- 작가노트
“유리라는 물질이 지닌 물성의 변화를 섬세하게 살펴보면 삶의 한 면을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유리를 켜켜이 쌓아 가마에서 녹이면(퓨징Fusing기법) 유리 표면에 의도하거나 우연히 형성된 여러 가지 흔적이 생기는데 이는 정지된 형태가 아니라 유리가 지나온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무기물질이지만 시간이 녹아서 엉긴 유기적 존재로 자리하게 된다. 의도한 형태와 우연한 형태가 함께 존재하는 녹은 유리의 표면은 뜻대로 될 듯 말 듯 한 삶의 과정과 비슷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