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정
<흰 episode 흩어져 스며들다>, <흰 episode 8000km의 숨>, <흰 episode 전해어 닿음>
신하정
<흰 episode 흩어져 스며들다>, <흰 episode 8000km의 숨>, <흰 episode 전해어 닿음>
신하정은 인간과 비인간의 몸짓이 세계와 관계 맺는 과정에서 서서히 축적되는 시간성을 탐구한다. 작가는 생명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인 ‘숨’이 하루 수만 번 반복되며 몸에 고유한 시간을 쌓아 올린다는 점에 주목한다. 호흡은 대부분의 순간 의식되지 않지만, 들숨과 날숨이 생성하는 리듬은 일상에서 끊임없이 지속되는 시간의 결을 드러낸다.
작가의 관심은 누에의 반복적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생존을 위해 쉼 없이 고갯짓하며 실을 토해내는 누에의 행위는, 미래가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멈추지 않는 생명력을 보여준다. 투명한 실이 이틀 남짓한 시간 동안 끊임없이 중첩되며 흰색으로 응집될 때, 작가는 시간의 응축을 발견한다.
이러한 미세한 몸짓에서 드러나는 시간성은 세대 간의 교감으로도 확장된다. 할머니와 손자의 손이 맞닿는 순간 체득되는 촉각의 기억은 세대를 건너 순환하며, 몸이 시간을 기억하는 또 다른 방식으로 남는다. 신하정은 “나이듦이란 드러나는 풍경이 아니라 접촉과 관계성을 통해 불현듯 느껴지는 추상적인 감정들”이라고 말한다. 결국 작가가 말하는 나이듦의 시간성은 거창한 서사를 통해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감지되는 미세한 움직임들의 축적을 통해 드러나는 체험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 서문 발췌
<흰 episode 흩어져 스며들다 White Episode: Dispersed and Absorbed>, 2025, 캔버스에 유화, 126 × 240cm(상), 72.7 × 53cm(하)
<흰 episode 8000km의 숨 White Episode: 8,000km of Breath>, 2025, 캔버스에 유화, 목탄, 90.9 × 65.1cm(상, 하)
<흰 episode 전해어 닿음 White Episode: Reaching Through>, 2025, 캔버스에 유화, 60.6 × 60.6cm